[르웰시이] 르웰린의 편지 - 연화님

(c. 연화님)

 

언제나 에린을 위해 힘쓰고 계신 시이님께,

 

또다른 계절이 지나고 있습니다. 평안하게 지내고 계신지에 묻는 것이 관례겠지만 이미 또 한 차례 에린을 구해내는데 성공하신 것을 아는데 그렇게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겠죠. 몸은 괜찮으신가요? 밀레시안의 육체는 불멸하며 어지간한 상처는 금방 나아버린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미 그 예외를 목도해버렸으니까요. 이번에 맞서 싸우신 것도 신적인 존재인데 혹여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는 않았을지 염려됩니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셨다면 얼마든지 벨테인조를 통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계의 존재와 맞서다 겪는 부상에 관해서 만큼은 에린 전역을 통틀어 기사단에서 가장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니까요. 상부에는 이미 관련하여 허가를 받아뒀으니 편하게 오시면 됩니다. 저희가 처음부터 시이님을 도와드릴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당시 아발론 게이트에 습격이 있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미 알터 씨가 루나사 조원을 통해 대략적으로 전달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사히 만나셨을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설령 만나셨다고 해도 해당 조원의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되니 그리 자세한 소식까지는 전달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루나사 조원이 전하지 못했을 시이님이 가장 궁금하셨을 소식을 대신 전달드리자면, 알터씨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합니다. 애초에 발을 묶으려는 의도로 진행된 기습이었는지 수만 많을 뿐 그리 위협적이지도 않았고요. 알터씨는 제대로 무기를 휘두를 일조차 없었습니다. 지금은 내부를 수습 중이고 시이님께서 해결하신 크롬 바스라는 곳에 대한 조사도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내부의 구조와 만나셨던 존재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리저리 전해 듣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듣는 것만은 못할 테니까요. 펠롬과 엘레스트렌이라는 자들의 일에 대해서는 따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벨바스트의 제독은 그리 협조적이지 않은데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일이라 쉽지 않지만 곧 진척이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꽤 관심을 가지셨다고 들었는데 만약 궁금하시다면 결과를 공유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이 정도로 자세한 소식이 시이님께 미리 전해졌다면, 나중에 저에게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거기까지는 기밀의 영역이라 그런 방식으로 새어나가면 안되거든요.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내부 수습이 바빠져 한동안은 왕성에도 얼굴을 비추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마침 왕당파와 법황파의 대립이 심해지던 차라 적당한 핑계를 대고 타라에서 떠나있을 거라 말해뒀기에 의심을 살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시이님을 뵐 만한 시간이 부족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타라를 떠나는 시기를 늦췄을 텐데요. 그런 연유로 시이님을 왕성에서 다시 뵙게되는 건 적어도 몇 달이 지난 뒤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편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원래라면 직접 만나서 말을 전하겠지만 아무래도 시이님이 돌아오실 때쯤이면 전 이미 기사단 본부로 돌아가 있을 것 같거든요. 알터씨가 매일 같이 조금 더 빨리 돌아가면 안되냐고 묻고 계시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니까요. 큰 일을 겪으셨는데 정세까지 좋지 않다고 하니 걱정이 되시나 봅니다. 하지만 시이님께서 왕성 일에 관여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제가 없는 몇 달 사이 그리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가문의 사람들은 여전히 남겨두기도 했고요. 아마 국왕폐하께서 적당히 잘 처리해주시겠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들을 찾아가세요.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도와줄 겁니다. 아, 설마해서 말씀드리지만 본가로 찾아가시면 안됩니다. 대외적으로 시이님과 저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니까요. 왕성에서 저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곳으로 가세요. 기사단의 약식 문장을 차고 있는 자가 도착할 겁니다. 팔찌 형식으로 가려서 착용하고 있으니 확실히 확인하시고요. 너무 자주 찾아가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그쪽으로는 기사단 소식이 제대로 가지 않으니 물으셔도 소용없습니다. 알터 씨에 대한 소식을 알 방법도 없을테니 정 궁금하시다면 차라리 벨테인 쪽 사람들을 이용해주시면 됩니다. 반대로 기사단에 전할 일이 있어도 마찬가지고요. 그쪽은 기밀 접근 권한이 없으니 주의해주세요. 쓰고보니 당부로만 편지를 가득 채운 것 같네요. 그만큼 걱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타라를 비운 동안 잘 지내시고, 또다른 운명의 파도가 홀로 서있는 시이님께 밀려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다음 번에는 꼭 곁에 서있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R.S.

 

P.S. 이 편지는 다 읽으시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태워주시기 바랍니다. 알터씨는 이런 말을 적지 않으셨을 것 같으니 알터씨 것도 함께 부탁드려요.